[글마당] 어떤 아이들
인도네시아 남부 쓰레기 매립지에서 날마다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 걷기 시작하는 날부터 제 몸만 한 바구니를 등에 걸고 쓰레기장으로 등교하는 아이들 쓰레기장을 벗어나기 위해 쓰레기가 될 수 없어 쓰레기와 살아가는 아이들 열 살이 넘으면 제법 능숙해 썩을 것과 썩지 않는 것 담을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금방 알아차리지만 추운 벌판과 흐린 하늘 무섭게 덮쳐오는 포크레인 보다 쓰레기더미에서 마침내 쓰레기가 되어 어린 등을 훔치는 어른들의 썩은 눈동자가 더 두려워 때 묻은 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자꾸만 닦아내는 아이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채울수록 가벼워지는 이상한 무게를 견디며 울컥울컥 쏟아지는 쓰레기를 하늘이 주는 선물처럼 기다리는 아이들 쓰레기를 뒤지듯 별 하나를 찾아 캄캄한 밤하늘을 서성이는 아이들 그 하늘 끝 어딘가에 환한 세상이 있다고 서로의 귀에 대고 키득키득 별처럼 속삭이는 아이들 윤지영 / 시인·뉴저지글마당 인도네시아 남부